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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과 사운드

작성자 운영자(ip:)

작성일 2005-07-30

조회 794

평점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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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목 : 건축양식과 사운드

조회수 : 90

  작성일 : 2004-08-16 17:59:34

작성자 : 단델리옹

 


중세의 천장은 왜 고딕식인가

음향은 공간의 생김새나 건축적인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고대의 야외극장에서 소리가 잘 들리는 비결은 바닥의 기울기 때문이다. 콘서트 홀의 객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하는 것도 관객에게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시대마다 다른 음악양식이 있듯이 각각의 음악에 맞는 건축양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보자.

중세 이탈리아의 어느 성당에서 일어난 일이다. 성당의 고해실은 둥근 곡면으로 된 벽의 끝에 있었는데, 이 마을의 한 처녀가 임신한 사실을 신부에게 고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밀이 지켜져야할 처녀의 말은 벽의 다른 쪽 끝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들려버렸다. 그 다음날 처녀의 임신사실은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인은 건물의 구조 때문이었다. 중세 성당의 대부분은 돌로 지어졌고, 십자형 평면과 돔 형태의 천장으로 돼 있다. 돔과 같은 천장이나 곡면의 반사벽에서는 소리가 반사를 거듭해 벽을 타고 흘러가는 크립(creep)현상이 일어난다. 처녀의 목소리는 반사성이 높은 둥근 돌벽을 따라 연속적으로 반사되면서 벽의 다른 쪽 끝에 있던 사람에게까지 들렸던 것이다.


바닥에 묻힌 항아리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반원형의 야외극장에서는 지금도 무대 위의 소리가 아주 명확하고 깨끗하게 들린다. 물론 스피커나 마이크의 도움은 필요 없었다. 그렇게 넓은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이크도 없이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고대 그리스 야외극장의 비밀은 돌로 이뤄진 바닥 속에 있었다. 사람들이 앉아있는 계단형의 바닥 속에 항아리와 같은 공간이 무대를 향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공명상자로 항아리의 크기는 무대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다르게 돼 있다. 무대에서 멀어질수록 더 큰항아리가 매설됐는데, 이것은 파장이 긴 낮은 음의 공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항아리가 없는 야외극장에서도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벽과 천장이 없어서 소리를 모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잘 들리는 것은 바닥의 기울기 때문이다. 이곳은 정도 이상으로 가파르게 바닥이 기울어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파문처럼 퍼지는 소리의 에너지가 평평한 객석에서 보다 관객 쪽으로 더 잘 전달된다.

보통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야외극장을 건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지에 건설한 콜로세움에 의도적으로 가파른 객석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야외극장의 가파른 기울기가 약 26도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각도는 현재까지 극장이나 공연장의 발코니 각도의 상한선으로 제시되는 것으로 안전과 평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로 여겨지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VS 뉴욕 필하모닉



이탈리아의 아마조스 오페라 극장
역사적으로 볼 때 건축음향학적인 원리가 적용된 건물들은 무수히 많지만, 과학적인 바탕에서 현대의 건축음향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90년대부터다. 하버드 대학의 젊은 교수였던 세이빈이 포그 홀이라는 강당의 울림현상에 대해 실험한 것이 그 시초다.

그 후 베를린 공과대학의 크레머 교수는 공연장 설계에 있어서 모든 관객에게 초기의 음에너지를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단차이론을 제시했다. 이것은 포도밭이나 산비탈의 계단식 경작지와 같이 모든 객석을 일정한 그룹으로 나누어 구획한 후 한단씩 올리면서 객석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각 계단의 낮은 벽들이 관객을 둘러싸게 된다. 무대에서 방사된 음은 천장이나 벽 등을 경유해 객석에 도달되는 거리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이 벽들에 반사돼 관객에게 도달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이 이 원리를 적용했는데, 이는 현대 음향학의 이정표적인 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이 홀은 현재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평가받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용연주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 건축음향학은 발전을 거듭해 건축음향설계에 적용되고 있으나 항상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1962년 베라넥의 이론에 따라 설계된 뉴욕 링컨센터의 뉴욕 필하모닉 홀은 개관과 동시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 이유는 콘서트홀의 음향이 너무 나빠서 교향악단이 이곳에서 연주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베라넥은 자신의 이론에 따라 천장의 반사음을 최단거리로 조정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음향반사판을 천장에 매달았는데, 음향반사판의 크기가 주요 주파수대의 소리를 확산•반사시키기에는 너무 작았던 것이다. 또한 이 홀은 부채꼴과 장방형을 혼합한 평면형을 취했는데 벌어진 측벽으로 인해 벽체를 통한 유효한 반사음이 제대로 객석에 도달되지 못했다. 결국 이 음악당은 당시 금액으로 약 6백만달러를 들여 2년 동안 실내를 모두 개수한 후 1964년 재개관했다. 이 홀이 현재 링컨센터에서 사용중인 에베리 피셔 홀(Avery Fisher Hall)이다.


1백년 전의 지혜

현존하는 음악당 중에서 음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비엔나의 뮤식크페라인살, 암스테르담의 콘체르트게보우, 그리고 미국 보스턴의 심포니 홀은 세계의 3대 콘서트홀로 꼽힌다. 또한 2차대전 중에 소실된 라이프찌히의 게반트하우스도 아름다운 음향으로 유명했는데, 이곳은 멘델스존이 평생 음악감독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음악과 바하의 음악을 발굴해 발표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 홀들은 현대 건축음향학이 시작되기 이전인 1870년에서 1900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그러면 오늘날에 지은 많은 음악당들보다 아직도 이 홀들의 음향이 아름답고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홀의 형태이다. 이 홀들은 전형적인 직사각형의 평면에 직육면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형태는 천장이 높고 홀의 폭이 좁아서 측벽을 통한 음의 강한 반사가 빠른 시간 내에 객석에 도달하고, 객석수에 비해 공간의 체적이 커서 긴 잔향시간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발코니가 깊지 않고 2층의 측벽을 따라서도 폭이 좁은 객석(갤러리)이 설치돼 있어서 모든 청중이 벽이나 천장으로부터 반사되는 소리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이것은 제한된 공간에 많은 객석을 배치하고 발코니를 많이 돌출해 시야를 가리는 오늘날의 많은 연주장과 비교된다.

둘째는 실내마감의 상태이다. 이 홀들은 약 10년에서 20년 정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지은 것으로서 홀 내부에는 많은 조각과 부조 그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벽과 천장 그리고 기둥들이 치장돼 있다. 천장은 우물 정(井)자 형태의 깊은 격자가 바둑판처럼 연속된 구조로 디자인 돼 있는데 이런 구조는 소리를 잘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오늘날의 음악당은 이에 비해 실내가 단순하고 장식이 없는데, 이것은 건물의 공사비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는 재료이다. 이 홀들의 실내 마감재료는 대부분 목재를 사용했다. 오늘날의 음악당은 불에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콘크리트나 인공마감재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재료들은 특정한 주파수대의 음만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전주파수대에 걸쳐서 고른 음압과 잔향을 얻기가 어렵다. 반면에 목재는 인공자재에 비해 전주파수대에 걸쳐서 흡음율이 일정한 편이며, 시간의 경과에 따른 흡음율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유명한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는 그가 상임지휘자로 내정된 콘서트홀을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매달 편지를 보내 실내를 오직 목재로만 마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에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는 부채꼴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의 공연장을 저마다 건축했다. 몇 차례에 걸쳐서 위에 열거한 19세기 말의 음악당 형태와 크기 및 객석배치를 그대로 복사했음에도 실패한 이유는 건축 재료와 실내마감의 확산성이 부족했던 때문이라 생각된다.


미사곡에 알맞은 고딕식 천장



고딕식 성당 내부
실내의 음향은 그 공간의 생김새나 건축적인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 음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이 있으나 건축설계시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은 실내의 형태와 크기(체적), 공간의 3차원적인 비례, 실내 마감재료 및 실내 마감 표면의 상태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의 용도와 특성에 부합하는 형태를 택해 설계하는 것이다. 음악을 예로 들면 각 시대에 따라 음악의 종류와 형식에 따라서 연주장의 건축양식이 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중세의 성당은 천장이 높은 고딕식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잔향을 극대화해 종교적인 엄숙함과 울림을 만드는데 적합하다. 때문에 단조로운 단성음악인 미사곡에 아주 어울리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대규모 관현악곡을 연주한다면 아마 1분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울리기만 할 것이다.

바로크 음악은 빠르게 진행하는 악보로 인해 어느 정도의 명료성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음악은 그 당시 귀족의 저택이나 소규모의 홀에서 연주됐다. 유럽의 전형적인 오페라홀의 경우는 음악뿐 아니라 성악가의 노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객석을 배치해 될 수 있는 한 많은 관객이 무대에 가깝도록 배치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직으로 객석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서 보통 3-5개의 발코니가 말발굽 모양으로 설치돼 실린더 모양의 원통형 체적을 이루게 된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낭만주의 음악은 장중하고 미려한 대규모 편성의 관현악이 주류를 이룸에 따라 이러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대형의 홀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비로소 오늘날에 익숙한 본격적인 대중적 콘서트홀이 시작됐다.

이처럼 그 시대마다 독특한 음악양식이 있었듯이 각각의 음악형식에 가장 적합한 형태와 규모의 건축양식이 존재했다. 음악형식에 맞는 건물을 지은 것인지, 혹은 그러한 건축물에 맞는 음악을 유행시킨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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